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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시험

글상자/끄적끄적 2017. 4. 29. 14:31
시험은 무언가를 볼모로 잡아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공부하게 만든다. 이는 공부를 강제하는 데 큰 효과가 있지만, 공부에 대한 재미를 떨어트리고 능동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공부로 인해 불행했던 적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즐거웠던 적이 많았는데, 시험은 대체로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오늘 역시 시험을 준비하면서 결코 기쁘지 않았다. 그럴 걸 알면서도 이후의 넓은 선택지를 위해 불행을 선택해야 했던 오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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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 물리적 거리
| a - b | = | b - a |

  • 감정의 거리

| a - b | ≠ | b -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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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664

글상자/끄적끄적 2017. 4. 29. 14:30
피곤한 하루였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어제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시험 2개를 치르고 저녁에는 사피엔스라는 책을 주제로 토론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감자집에서 뒷풀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고 나니 저녁 10시 40분.
하지만 내일은 1교시 수업이 휴강이라서 아침 일정이 없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잠깐 마음이 편해진다. 따뜻한 물을 켜고 샤워를 하니 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슬슬 다른 형태로 치환된다. 하루 내내 긴장하고 있던 근육이 이완된다. 행복을 구체적인 형태로 빚어낸다면 이런 게 아닐까. 그리고 씻기 직전에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맥주캔을 꺼낸다. 크로넨부르 1664 블랑.
1664는 호가든, 에델바이스와 비슷한 향을 가진 맥주다. 호가든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맥주지만 뒷맛이 썩 내 입맛에 맞지 않고, 개인적으로 에델바이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에델바이스는 세계맥주집에서나 팔고, 편의점에서는 잘 팔지 않는다. 하지만 1664는 편의점에서도 파는 맥주이고, 에델바이스와 향과 맛이 비슷하다. 향에서는 에델바이스가 조금 앞서지만, 맛은 1664가 앞서는 느낌이다. 물론 개인적 견해다.
병따개를 따고 나서 한 모금 마신다. 1664 특유의 오렌지와 꽃 향이 목 안에서 활짝 퍼진다.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이 정도면, 오늘의 마침표로 충분하다.

남은 하루는 혼자 좀 더 즐기다가 자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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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주제가 담고 있는 무게감 때문에 보는 내내 답답하고 숨도 쉬기 어렵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알알이 나의 모습이기도 해서, 그들이 미웠다가 좋았다가 안쓰러워졌다가 이해되어 버린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내 몸에 있는 진이 다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미운 사람을 더는 온 힘을 다해 저주할 수도 없고, 세상을 단순하게 이분해서 바라볼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러닝타임 이후부터 재생된다고 생각한다. 이창동의 영화는 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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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정말 강해졌다!
지금까지는 kbo 최고의 1,2,3,4선발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고(김진우 자리를 메꾼 임기영이 이렇게 잘할 줄이야, 심지어 4명 다 이닝히터), 불펜은 아쉬운 모습이 자주 보이지만 차츰 나아지는 듯하다.
4:4 트레이드로 인해 고질적 문제였던 포수 수비가 보강되었고, 외야 전력으로 데려온 이명기도 포텐이 터지고 있다.
타선에서도 보강 전력들이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꿔주고 있다.
덕분에 야구 볼맛이 난다(한창 공부해야 될 때...).
넥센에 이어 kt전도 스윕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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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회장이 되었던 날 처음으로 필름이 끊겼다.

지우고 싶은 나의 흑역사는 잊을만할 때마다 전래동화처럼, 친구들에 의해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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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년 4월 16일

2014년에 나는 광주에서 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해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호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건 탈영한 후임을 잡으러 나갔을 때이다. TV를 보며 사람들이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탈영한 후임 때문에 정신이 없던 때라, 내무반에 들어온 이후에야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부는 사고 초기에 전원을 구조했다고 알렸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통령의 7시간, 청해진 해운 등 숨겨왔던 진실만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답답했다.


#2.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사건 이후 감찰이 잦아졌고,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을 자주 하게 되었다. 7월 17일은 훈련 예정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올라가 보니 부랴부랴 C형 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훈련인가? 옷을 급하게 갈아입고 후임들을 챙기며 내려가는데 온 경찰서가 비상인듯했다. 아, 실제 상황이구나. 수완지구에 세월호 참사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떨어졌다고 했다.
사고 현장으로 가보니 사거리의 중앙이 움푹 파여있었다. 헬기의 파편으로 인해 거리에 있는 상가 유리창이 대부분 깨져 있었다. 사고 현장으로 시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1차, 2차, 3차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반경을 넓혔지만 몇몇 기자들은 몸싸움하며 기어코 들어오려 했다. 야속하게도 비는 그 날 내내 세차게 쏟아졌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헬기가 초등학교와 아파트, 상가 사이로 떨어졌으니까. 만약 헬기가 조금만 옆에 떨어졌더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뻔했다.
그 사건 이후 이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문제와 노후된 장비 문제가 대두되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3. 2017년 4월 16일

글을 쓰면서 사건에 대해 다시 찾아보다 보니 많이 우울해졌다. 수많은 문장을 지웠다가 썼다를 반복하다 모두 지워버렸다. 세상은 생각보다 추악하다.

정의로운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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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물든 밤
밝게 빛나는 건
하늘의 별이 아닌 지상의 것들

꿈꾸는 것보다
더 소중한 무엇들은
어쩌면
가까이서 찬란하게
일렁이는지도 모르겠다


5년 전 이맘때 썼던 시. 오늘도 그날처럼 별이 빛나지 않는 밤이지만, 창문 너머로 수많은 빛이 비친다. 저 안에선 어떤 이의 삶이 반짝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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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피엔스 2장을 주제로 토론해보면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용어 정리가 확실히 안 되는 것 같아 집에 돌아와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비교하는 글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이번 기회에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의미는 Triandis라는 심리학자가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개인에게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문화적 성향이 있고, 특정 성향을 가진 개인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개인이 맺는 사회적 관계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은 집단으로부터 더 분리되어 있으며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반면에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집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많은 상황에서 개인적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를 우선한다.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은 규범, 의무, 책무의 결과로 나타나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터무니없는 비용이 들지 않는 한 사람들은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
결혼의 예를 들면, 개인주의 문화 사람들은 결혼도 일종의 계약으로 받아들인다. 결혼은 두 사람의 이해관계로 성립되기 때문에 그 이해관계가 깨지면 이혼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부부의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고, 더는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정이나 자식들 때문에 같이 살아야 한다는 태도가 많다.
또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건 사회적 행동의 규정에서이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집단과 개인 간에 갈등이 생긴 경우, 집단의 목표와는 관계없이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초에 집단과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은 계약으로 맺어진 일시적 관계가 아니므로 집단에 반하는 일 없이 집단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을 실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속하는 내집단 수는 적고, 크기는 크며, 내집단 구성원을 대할 때의 행동과 잘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행동이 달라진다. 개인의 독특성을 찾고 일관적인 개성을 유지하기보단 집단 내의 조화를 중시하고 그때마다 자신이 처한 사회적 맥락에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비교해 놓고 나니, 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걸 느낀다. 이전에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했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드러냈다. 가족끼리 있을 때 비치는 모습과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학교 내에서의 모습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요새는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 어느 집단을 가나 사용하는 어휘와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집단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많이 변했고.
집단주의가 강한 사람은 눈치를 많이 본다. 나는 남 눈치를 잘 안 본다(예전엔 엄청 봤는데). 대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선을 지켜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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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 관점에서, 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지점에서 평범한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모든 사람은 정상적인 특성들(넉넉잡아 표준 편차*2 이내의 범위 - 위 정규분포 그래프에 근거한다면)과 비정상적인 특성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
가끔 자신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장애인이나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며 욕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건 틀린 판단일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만한 의견도 아니다.
덧붙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통념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비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일까?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비정상의 잣대를 들이대려면, 손톱이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는 사람이나 아이큐가 130 이상인 사람, 키가 2m 이상인 사람들에게도 모두 비정상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면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구분할 거라면 강점과 개성도 모두 비정상의 범주에 넣던가.

글을 쓰다 보니 이전 정부가 내걸었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비정상의 정상화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부정부패, 부조리, 불법, 편법 등이 '비정상'이다. 법과 원칙이 바로서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상태가 '정상'이란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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