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p.19 - p.126

3) p.19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 설혹 그 과정에서 눈이 약간 먼다고 하더라도?
4) p.24 왜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 내 욕망의 비논리성과 유치함이 믿음에 대한 요구를 능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낭만적인 도취가 채울 수 있는 공허를 알고 있었다.
5) p.26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 아름다움의 어원은 '앎'이라고 한다(아니, 그 역이었던가?).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아는 만큼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사랑의 시작은 '잘 아는 상태'에서 시작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르는 영역을 상상으로 채워나가고, 거기서 사랑이 시작된다. 그런데 '잘 아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사랑은 없는걸까?
6) p.39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7) p.59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빠져 어떤 사람[천사]을 보면서 그 사람과 함께 천국에서 누리는 기쁨을 상상할 때,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위험을 잊기 쉽다. 정작 상대가 나를 사랑해줄 경우에 그 사람의 매력이 순식간에 빛이 바랠 수가 있다는 것이다.
8) p.72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통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이 있다. 사랑이 보답을 받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중간에 달려 있다.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쓸모없는 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9) p.75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절대 첫눈에 반하는 일이 없다. 맑은 눈으로 물의 깊이와 성질을 완전히 조사할 때까지는 도약을 유보한다. 부모 노릇, 정치, 예술, 과학, 부엌에 비치할 적당한 간식에 관하여 철저하게 의견 교환을 한 뒤에라야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이 자라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왜곡된 사랑의 현실[우리가 알기 전에 태어나는 사랑]에서는 아는 것이 늘어날 경우, 그것은 유인이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 유토피아가 현실과 위험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 p.98 아름다움이 사랑을 낳을까, 아니면 사랑이 아름다움을 낳을까?
11) p.99 - p.100 플라톤과 『보그』편집자에 따르면, 각 부분의 균형 잡힌 관계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움의 이상적 '형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상의 육체들은 이 형상을 좀 낫거나 좀 못하게 닮는다.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아름다움에는 수학적 기초가 있다. 따라서 잡지 표지에 나온 얼굴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인 것이다.
12) p.103 진정한 미는 아슬아슬하게 추를 희롱한다. 자기 자신에게 모험을 건다. 비율의 수학적 규칙에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고 모험에 나서서, 추로 미끄러질 수도 있는 바로 그 세밀한 곳들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듯이,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여자는 남자에게 상상력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13) p.105 아름다움에 관한 주관적 이론은 기분 좋게도 관찰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어버리므로.
14) p.125 내가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저 여자일까? 나는 건너편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읽고 있는 클로이를 다시 보며 생각한다. 아니면 그녀의 입, 눈, 얼굴 주위에 형성된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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