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원히 되풀이되어도 좋다고 느낄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1.
음, (곰곰이 생각하며) 저는 아들을 처음 낳고 나서 아이를 안았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아마 인터뷰하시는 분의 어머니도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몇 시간 동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너무 무섭고 아팠는데, 아이를 안는 순간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예뻤어요. 믿기지 않을 만큼.
아 물론, 앞으로 출산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행복해서 잊을 수가 없어요.
#2.
안녕하세요! 저는! 하늘 유치원! 다람쥐반! 김현지!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현지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어.... 으흐흐흐.... 비밀인데.... (몸을 비비꼬며 입을 인터뷰어 귀에 대고 속삭이며) 우리 반에요. 제현이랑 뽀뽀했을 때요.
"현지는 제현이가 좋아요?"
으흐흐흐.... 네! 제현이는 잘생겼구요! 색종이로 어... 예쁜 꽃도 접어줘서 제가 볼에다가 뽀뽀했어요! 결혼도 하자고 했어요!
#3.
재밌는 질문이네요. 글쎄요. 나한테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나?
저는 그런 순간이, 아직 저에게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요. 아니, 설령 일어났더라도 저는 제 남은 삶의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고 믿어야, 살맛 나는 거 아니겠어요?
#4.
아이가 사고로 죽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아이한테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줄 수 있었는데, 당일 아침에도 저는.... 아....
그날 이후 저는 계속 같은 꿈을 꿔요. 아이가 잘 다녀온다고 인사하면서 문 밖으로 나가는데, 항상 꿈이 거기서 끝나요.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그때 그랬더라면 덜 후회했을 텐데. 아이가 떠난 이후에는 저는 계속 과거에 머물러서 같은 하루만, 지독하게 반복하네요.
#5.
영원히 되풀이된다고요? 말도 안 되죠. 삶의 연속성이 뚝 하고 끊기는 거 아니에요. 비디오 테이프도 아니고 그게 무슨 인생이에요.
우리가 뭐, 옛날 추억 떠올리면서 '그때가 좋았는데' 할 수는 있어요. 근데 그 삶을 다시 살아서는 안 돼요. 어 그니까, 영원히 되풀이되어도 좋겠다고 느낄 정도로 좋은 순간을 만드는 건 좋은데, 실제로 그걸 되풀이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인데, 뭔 말인지 알겠어요?
"글쎄요, 잘...."
그니까요. 당신 인생이 완전 대단해서, 한 번 똑같이 살아봐도 좋겠다. 그런데 실제로 같은 삶을 반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가정해봐요. 세상에 완벽을 지향하는 것은 있어도, 완벽한 것은 없어서, 삶의 순간마다 선택을 바꾸게 돼요. 그게 인간이에요. 어차피 완벽하게 반복할 수 없을뿐더러, 완벽하게 반복하더라도 선택하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에요. 프로그램이지. 아 그래 이게 핵심이다. 매 순간 자기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삶이에요.
그런데 그게 뭐예요. 매 순간들을 똑같이 사는 게 사람입니까? 아무리 그 순간이 좋았다 해서 수억 년 동안 그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어요?
#6.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말이죠? 저는 멋진 순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태도죠.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서 반짝거리고 있어요. 별처럼 멀리에서 반짝이는 것만 소중한 것이 아니고요.
별만 바라보다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별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을,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영원히 되풀이되어도 좋다고 느낄 만큼 행복한 순간 역시, 내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에 좌우될 거에요. 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요.
#7.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영원히 되풀이 되어도 좋다고 느낄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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