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말을 잘하지 못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나는 행동도 느렸지만, 언어적 순발력도 못지않게 부족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나면, 말할 기회는 날아가고 없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물론 말할 타이밍도 잘 잡지 못했다. 두 번째로, 나는 상당히 내향적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주도적으로 말하는 상황을 버거워했고, 듣는 걸 좋아했다. 말할 기회가 오는 걸 두려워해서, 말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기 위해 나는 많이 웃었다. 웃음이 나의 방어기제였던 셈이다(그 수많은 웃음 덕택에 인상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긴 했다). 스마일은 한동안 나의 별명이었다.
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걸 좋아했다.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했을 뿐이지, 표현 욕구는 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머리 안에 둥둥 떠다니는 것들을 주로 공책에 풀기 시작했다. 연필과 공책을 가지고 내 생각을 펼치는 건 재미있었다.
나는 언어적 순발력이 느린 대신, 관찰력이 좋다. 그게 나의 약점이자 강점이었다.


#2.

말은 휘발되고 글은 남는다. 뱉은 말은 고칠 수 없지만,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말보다 글의 딜레이가 길다. 말(듣기, 말하기)과 글(읽기, 쓰기)은 상호보완적이다.
내가 글을 쓰는 주된 이유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기도 하며, 막연했던 게 확실해진다. 그게 곧 피드백이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글은 나중에 꺼내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요하거나 생각날 때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그게 좋아서, 나는 계속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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