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4월 16일

2014년에 나는 광주에서 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해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호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건 탈영한 후임을 잡으러 나갔을 때이다. TV를 보며 사람들이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탈영한 후임 때문에 정신이 없던 때라, 내무반에 들어온 이후에야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부는 사고 초기에 전원을 구조했다고 알렸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통령의 7시간, 청해진 해운 등 숨겨왔던 진실만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답답했다.


#2.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사건 이후 감찰이 잦아졌고,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을 자주 하게 되었다. 7월 17일은 훈련 예정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올라가 보니 부랴부랴 C형 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훈련인가? 옷을 급하게 갈아입고 후임들을 챙기며 내려가는데 온 경찰서가 비상인듯했다. 아, 실제 상황이구나. 수완지구에 세월호 참사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떨어졌다고 했다.
사고 현장으로 가보니 사거리의 중앙이 움푹 파여있었다. 헬기의 파편으로 인해 거리에 있는 상가 유리창이 대부분 깨져 있었다. 사고 현장으로 시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1차, 2차, 3차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반경을 넓혔지만 몇몇 기자들은 몸싸움하며 기어코 들어오려 했다. 야속하게도 비는 그 날 내내 세차게 쏟아졌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헬기가 초등학교와 아파트, 상가 사이로 떨어졌으니까. 만약 헬기가 조금만 옆에 떨어졌더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뻔했다.
그 사건 이후 이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문제와 노후된 장비 문제가 대두되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3. 2017년 4월 16일

글을 쓰면서 사건에 대해 다시 찾아보다 보니 많이 우울해졌다. 수많은 문장을 지웠다가 썼다를 반복하다 모두 지워버렸다. 세상은 생각보다 추악하다.

정의로운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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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물든 밤
밝게 빛나는 건
하늘의 별이 아닌 지상의 것들

꿈꾸는 것보다
더 소중한 무엇들은
어쩌면
가까이서 찬란하게
일렁이는지도 모르겠다


5년 전 이맘때 썼던 시. 오늘도 그날처럼 별이 빛나지 않는 밤이지만, 창문 너머로 수많은 빛이 비친다. 저 안에선 어떤 이의 삶이 반짝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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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피엔스 2장을 주제로 토론해보면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용어 정리가 확실히 안 되는 것 같아 집에 돌아와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비교하는 글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이번 기회에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의미는 Triandis라는 심리학자가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개인에게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문화적 성향이 있고, 특정 성향을 가진 개인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개인이 맺는 사회적 관계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은 집단으로부터 더 분리되어 있으며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반면에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집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많은 상황에서 개인적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를 우선한다.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은 규범, 의무, 책무의 결과로 나타나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터무니없는 비용이 들지 않는 한 사람들은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
결혼의 예를 들면, 개인주의 문화 사람들은 결혼도 일종의 계약으로 받아들인다. 결혼은 두 사람의 이해관계로 성립되기 때문에 그 이해관계가 깨지면 이혼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부부의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고, 더는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정이나 자식들 때문에 같이 살아야 한다는 태도가 많다.
또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건 사회적 행동의 규정에서이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집단과 개인 간에 갈등이 생긴 경우, 집단의 목표와는 관계없이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초에 집단과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은 계약으로 맺어진 일시적 관계가 아니므로 집단에 반하는 일 없이 집단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을 실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속하는 내집단 수는 적고, 크기는 크며, 내집단 구성원을 대할 때의 행동과 잘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행동이 달라진다. 개인의 독특성을 찾고 일관적인 개성을 유지하기보단 집단 내의 조화를 중시하고 그때마다 자신이 처한 사회적 맥락에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비교해 놓고 나니, 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걸 느낀다. 이전에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했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드러냈다. 가족끼리 있을 때 비치는 모습과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학교 내에서의 모습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요새는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 어느 집단을 가나 사용하는 어휘와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집단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많이 변했고.
집단주의가 강한 사람은 눈치를 많이 본다. 나는 남 눈치를 잘 안 본다(예전엔 엄청 봤는데). 대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선을 지켜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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