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분 좋았던 선물이라... 어렸을 적의 기억부터 쭉 더듬어야 할 것 같은데...

1) 컴퓨터
  •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집에 돌아와보니 새 컴퓨터가 있었다. 우와!!! 외삼촌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컴퓨터를 사다 주신 것!
  • 나는 나와 잘 놀아주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외삼촌을 좋아했는데, 그런 외삼촌이 내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다주신 컴퓨터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켜보니 '게임'폴더에 포켓몬스터 레드버전과 스타크래프트, 삼국지, 타잔, 벽돌깨기 등의 게임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폭력적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런 류의 게임은 잘 못해서 한동안 타잔이랑 포켓몬스터를 주구장창 했었던 기억이 난다.
  • 나를 위해 사주신 컴퓨터라고 했지만, 사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사용했던 컴퓨터였다. 아버지는 컴퓨터로 바둑을 두곤 했고(지금도 그렇다), 어머니는 한글이나 나모웹에디터 같은 도구들을 공부했었다.
  • 아, 그 당시에 친척 누나가 우리 집에서 잠깐 살았었는데, 포트리스라는 게임을 컴퓨터에 깔았다. 누나가 나한테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해보라고 했었는데, 나는 잘 못해서 보기만 했다. 누나의 닉네임에 '복순이'가 들어갔던 것 같다. '♥복순이♥♬' 이런 느낌.
  • 당시 램이 128mb이었는데,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램이 8gb이다. 당시에 128mb 램이면 엄청나게 좋은 컴퓨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램 용량이 64배나 높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참으로 놀랍구나...

2) 해리포터
  • 컴퓨터를 사주셨던 외삼촌은 '영화마을'이라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내 생일이 되었을 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비디오를 선물해주셨다. 내 동생하고 같이 30번은 돌려봤을 것이다. 당시에 볼트모트 목소리로 '해~리~ 포터!'라고 하는 걸 동생이랑 따라하면서 놀았다.
  • 이후에 어머니께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 책을 생일에 선물해 주셨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몰래 읽었을 만큼 너무 재미있었다. 그 이전에 나는 해리포터 1,2,3권을 본적이 없어서 친구 집, 도서관을 이용해 읽었다.
  •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책이 국내에 발간되는 족족 바로 읽었다. 재작년 여름엔 친척동생, 친동생과 함께 영국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다. 크으...

3) 돈
  • 요즘에 내 생일이 되면 부모님께서 돈을 부쳐주신다. 나이도 먹었고, 부모님하고 떨어져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돈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한테 돈도 드리고 맛난 것도 사드려야지 ㅎㅎ

4) 손글씨
  • 편지, 롤링페이퍼 등등. '나를 위해 쓴 손글씨'는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 아쉬운 점은, 아주 어렸을 적에 받았던 편지들은 찾기가 어렵다는 점. 고향 집에 있는 책상 서랍을 찾아보면 나올 거 같긴 한데, 2월 중에 내려가게 되면 한 번 찾아봐야지.

5) 마침 필요했던 물건
  • 1달 전 생일 때 내 동생이 로션, 수분크림 등이 있는 패키지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마침 로션도 다 쓰고고 수분크림도 다 써서 필요했던 참이었는데!
  • 내 동생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나도 자취를 하다 보니 생일 때 서로 실용적인 선물들을 보내주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도 저번에 동생 룸메랑 언제든지 사먹으라고 치킨집 상품권을 보내줬다. 완전 좋아했다 ㅋㅋㅋ

6) 신발
  • 전여친이 쌍수하러 갔을 때 내가 보호자로 따라갔었다(이런 경험 있는 사람 있으려나...ㅋㅋ). 전여친 어머니께서 고맙다고 전여친한테 내 가방을 사줄 돈을 보내주셨다. 가방보단 운동화가 좋겠다 싶어서 그걸로 받았다.
  • 마침 지금 신고 있어서 적었다. 당시엔 참 좋았는데, 지금은 어째 씁쓸하기만 하구나.

7)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 타임캡슐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타임캡슐을 이용했던 건 아니고,
  • 예전의 기록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있다. 일기를 읽다보면 그 때 겪었던 일들이 냄새와 소리, 희미한 빛으로 떠오른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록을 잃어버릴까봐 두렵기도 하다.
  • 행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행복하다. 힘들 때마다 어렸을 적의 기록들을 꺼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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