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짚어보면 찰나의 순간이나 선택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만약 내가 나군에 썼던 교대를 가게 되었더라면 스무 살부터의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부모님과 같이 광주에서 계속 살았을 것이고, 지금 내가 기억하는 대학생활은 겪어보지 못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임용을 치르고 광주, 혹은 전라남도교육청 소재의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겠지. 어쩌면 지금쯤 슬슬 입대를 준비하고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때 교대를 떨어졌고, 다른 학교를 붙었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 없이 삶은 진행되었다. 나는 공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서울에서 혼자 살게 되었다.
2011년 3월, 친구를 따라 동아리를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삶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로 메워졌겠지. 이틀에 한 번꼴로 밤을 새우며 노는 일도 어쩌면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친한 형 대신 나갔던 미팅에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길었던 짝사랑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 네가 던졌던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정대학에 닿게 되었으니,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열정대학도 알지 못했겠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상상을 하는 건 재미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경험을 겪고 싶지는 않다. 수많은 우연과 선택이 엮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과 겪었던 경험들은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게 틀어져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나는 나를 잃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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