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친구도 추억에 빠져버렸네. 꽤 강인한 사람이었는데, 안타까워."
"어쩔 수 없었지. 사고 때문에."
두 명의 남성은 투명한 관에 들어간 한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에 들어간 남성은 수 초에 한 번씩 움찔거리듯 입꼬리를 올렸다.
"어떤 사고였길래 그래?"
"딸이 물에 빠져 죽었어."
"아, 저런."
그들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갈색 중절모를 쓴 남자는 복잡한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며 침묵을 끊었다.
"자네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서버에 기억을 저장해 둬.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래도 난...... 기억을 들춰보며 과거에 중독되고 싶지는 않네.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선조들은 어려운 일을 겪어도 어떻게든 이겨 냈었는데, 우리는 너무 나약한 것이 아닌가. 과거로 도피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달라지지. 자네가 정말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래.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상상할 수나 있겠나? 물론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진 않았지만,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면 난 기꺼이 기억을 끄집어내겠네."
"글쎄...... 난 잘 모르겠군."
관에 들어간 남성은 이윽고 활짝 웃었다. 딸의 첫걸음마를 바라보듯, 사랑스러운 미소로.


'글상자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기억 생성 학습  (0) 2017.03.13
#44.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0) 2017.03.12
#42. 나비 효과  (0) 2017.03.10
#41. 철학은 재밌어  (0) 2017.03.09
#40. 1분만 닥쳐줄래요  (0) 2017.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