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에 청소를 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이었지요. 창문을 열고 청소기로 바닥을 훑었습니다. 바닥을 닦고 이불을 털었습니다. 휴지통도 비웠지요. 슬슬 땀이 나더군요.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습니다. 씻고 나오니 잠이 솔솔 와서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익숙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미처 베갯잇을 빨지 못했던 것이죠.
저는 그 날 이후로도 한동안 베갯잇을 빨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 목 뒤에서 나던 은은한 향이 밤마다 저를 짙게 흩뜨려 놓습니다. 전 언제쯤 제대로 된 청소를 하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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