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전화기를 만들어왔소

종이컵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털실로 꿰어

다른 종이컵과 이은 것이오


멀리서도 소리가 잘 들린다하며

내게 한 쪽을 주고

졸래졸래 문턱을 넘어

나를 바라보며

귀를 가리켰소


아이는 실실 웃으며

입을 가져다대었고

나도 한쪽 귀를 내어주었소


“아빠 들려요?”

자넬 닮은 눈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잘 들려 이쁜 우리 딸”

답을 해주었지


이후 어렵게 딸아이를 재웠는데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소

시간이 된다면

딸아이와 함께 놀아주시오

자네 목소리가 그리운지

지금껏 종이컵을 귀에 대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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