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활동 개요(날짜, 장소)
2016년 9월 10일 토요일 08시 동서울 터미널에서 집합. 11시 경에 한계령 휴게소 도착하고 점심 식사. 12시에 산행 시작. 18시 반경에 중청대피소 도착. 20시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21시에 취침.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4시에 기상. 아침 식사를 마치고 대청봉 오름. 06시 30분경부터 하산 시작. 점심 식사 이후 16시 40분에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 탑승.
Q. 활동 동기
고등학생이 되기 전 겨울, 태백산에 올랐다. 당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강원도로 간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고 정확히 어디를 향해 가는지조차 몰랐다. 태백산에 오를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고민을 좀 하다가 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일행의 절반 정도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
막상 산에 오르니 너무 추웠다. 그날은 하필이면 그 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아트라스는 꽁꽁 얼어 입으로 녹여먹어야 했고, 헤드랜턴이나 랜턴이 없어서 앞 사람이 걷는 길을 따라 소복소복 걸었다. 신발에 동여맨 아이젠은 계속 풀어져서 나중엔 아이젠 없이 걸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친구에게 찡찡대며 계속 조금만 쉬자고 말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에도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추웠고, 언제 내려가나 싶었고, 어서 쉬고만 싶었다. 다시는 절대 자의로는 산을 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공부 때문에 힘이 들 때마다, 그 순간이 가끔 떠올랐다. 결국엔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끝나고 나면 대학생이 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힘이 났다.
이번에 설악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고 나서 다짐했다.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으리라. 뭐, 이래놓고 언젠가 다시 오르겠지.
Q. 활동 내용과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1.
등산 예정일이 가까워질 때마다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저번 분기 때는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많았다던데, 이번에도 일이 터지진 않을까? 대피소는 춥지 않을까? 씻을 곳도 없다던데 찝찝해서 견딜 수나 있을까? 등산하고 나서 몸살이 나서 하프마라톤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산에 오르다가 허리를 삐끗하면 어떡하지? 걱정은 걱정을 낳고 부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생각을 접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2.
한계령 휴게소에서 내려 밥을 먹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걱정될 게 없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걸을 때에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다음 발을 어디에 어떻게 디뎌야 할지만 생각했다. 딴 생각을 하면 그 순간 발을 삐끗하거나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같이 산에 올랐던 일행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거 같다. 다람쥐를 보거나, 잠깐 쉴 때 빼면 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3.
대피소는 다행히 따뜻했다. 하도 피곤해서 언제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정말 편히 잤다. 역시 피곤함은 최고의 불면증 치료제다.
#4.
이때의 경험이 이후의 삶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 태백산만큼의 임팩트는 없을 것 같다. 그 정도를 기대하고 오른 것도 아니다. 확실한건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점이다. 당분간은 산에 오르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올레길 같이 평탄한 길을 좋아하지, 험난한 산행은 즐기지 못한다.
몇 안되는 멋진 경치. 안개가 잔뜩 껴서 이런 장면은 흔치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찍은거지...
한 폭의 그림처럼
사진 찍을 때는 다들 즐거워 보인다
폭포가 기가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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