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활동 동기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접하기가 어렵다. 현대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의 대다수는 병원에서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은 가깝지만 어딘가에 유리되어있다.
터부시되는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죽음과 멀어졌는지 등에 대해서.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Q) 프로젝트 활동 내용과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10월 22일 오전 10시에 효원힐링센터에서 진행하는 임종체험을 예약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다운 씨는 별걸 다 하시네요. 그것도 열정대학에서 하는 거죠?”, “임종체험? 와 재밌겠네. 그거 하면 펑펑 울고 난리 난다던데.”, “응 잘 죽어~”
다양한 의견들을 뒤로 하고 당산역에 있는 효원힐링센터에 도착했다. 웬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나 빼고 다 외국인들이었다. 저승사자들 중에 외국인이 많은 건가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 있는 케이블 방송국에서 같은 시간에 방송을 찍기로 예정되었던 것이다.
센터장님의 발표와 함께 임종체험이 시작되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자식을 잃은 부모님,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가족들과 떠나는 모습을 그린 다큐 등을 시청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듣고 나서 정말 죽으러 올라갔다.
위층은 관과 좌석과 작은 탁자가 많이 놓인 공간이었다. 수의를 입고, 유서를 쓰고 발표했다. 센터장님께서 마이크를 내게 제일 먼저 주셔서, 나는 무덤덤하게 내가 쓴 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나서 마이크를 넘겼는데 다른 사람들은 펑펑 울며 유서를 읽더라. 내가 감성보다 이성이 강한 사람이라서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을 하지 못해 울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죽을 때에도 크게 슬픔에 빠질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던 걸까.
관에 들어갔다. 관은 생각보다 좁았다.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불편했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지금 죽었다면, 후회가 남았을까. 만약 내 삶의 기한이 1년도 남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끝나갈 무렵, 관이 열렸다. 나쁜 기운을 관에 다 넣어두고 새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관을 다시 닫았다.
이후 방송사에서 열정대학 죽음학과 학생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이번 임종체험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이 임종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자살률이 높은데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이전 같으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답이 술술 나왔다. 나중에 인터뷰 영상을 보고 싶어서 언제 방송될 예정이냐고 물어봤는데 내년 여름이란다. 휴우...
Q) 전체 과목 활동 내용과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수업을 듣기 이전과 이후, 죽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는가.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학과 수업 때문에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죽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다.
죽음에세이에도 쓴 내용이지만, 인간이 현재 기대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 가능성이 꽤 있다. 100년, 120년이 아니라 자신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계속 살 수 있을 정도로. 만약 자신의 수명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 태어나 죽음학과를 들었다면, 커리큘럼도 조금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핵심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다음 분기 때에도 죽음과 관련된 수업이 있으면 들어보고 싶다. 아마 열정대학 내에 나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수강생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아마 생명에 관한 이슈가 미래에 부각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도덕적인 관념은 서로 대립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기술은 진보적이고, 도덕관념은 보수적이다. 복제 문제, 도덕적 딜레마 문제,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대립각들이 세상에 던져질 것이다. 사회는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발전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있어야 한다. 카페에서, 학교에서 쉽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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