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열정대학 종강식이 떠오른다. 2012년의 봄, 한성대 입구 근처의 한 소극장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 본부 제공과목이었던 시 창작 과목을 통해 무대 위에서 직접 작성한 시를 낭송했다. 반응이 좋았다. 그 이후부터 시인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그 이후부터 매 분기마다 무대에 올랐다. 여름과 겨울에는 '백색왜성'과 '죽일놈'이라는 영화로(두 작품 모두 시나리오를 썼다), 가을에는 열정스타K의 참가자로.
4년만에 찾아온 이번 스테이지에선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4시간 내내 객의 입장에서 다른 열대인들의 결과물들을 구경했다. 재미있었고 즐거웠고 감동적이었는데, 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 '다음 분기엔 꼭 무대 위로 올라가야지'하는 마음이.
인상 깊었던 무대들이 몇몇 있었다. 첫 번째로 열정스피치. 3명의 연사가 각자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냈는데,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되더라. 마지막에 형섭이형이 발표했던 ppt발표 자료 이미지 중 하나가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내 안에 있는 열쇠를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주위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
두 번째로 댄스으리. 나는 춤을 좋아한다. 플래시몹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아서 이번 분기에는 신청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꼭 참여하고 싶더라.
세 번째로 단편영화 '대한민국 대나무숲'. 웹드라마 형식으로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다루어서 좋았다. 내 안에도 고래가 숨쉬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열정극단. 내가 지금까지 본 연극 중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전문 연극인들도 아닌데 3개월 만에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현실과 환상, 실재와 비실재, 의식과 무의식 그 어딘가의 이야기'를 다룬 난해한 연극이었지만, 그 무대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프롤로그에서는 1명의 주인공이 무대 위의 배우로, 에필로그에서는 그 배우가 관객으로 전환되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배우는 관객의 이야기(1막, 2막, 3막)를 보여주는 사람들이고, 그 역할에 완전히 몰입된다. 관객이란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커밍아웃을 하는 여자, 치매에 걸려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부부, 일제강점기 시절 억울하게 끌려가는 조선인들. 이 사람들은 실제로 있었던(혹은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배우는 그걸 다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무대 위의 배우는 관객이기도 하며, 관객들 역시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스크린)과 연극(무대)의 차이는 이런 '경계의 가벼움'이 아닐까.
스테이지가 모두 끝나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다음 분기 때에는 영화제가 진행될텐데, 이번엔 정말 후회 없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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