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활동 동기

 

예전에 맷 커츠의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라는 TED 강연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이후로 언젠가 한 번은 소설을 30일 동안 작성해보리라 생각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에 열정대학에 돌아오게 되면서 어떤 전공활동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침 소설을 작성하는 전공이 있어 고민 끝에 신청하게 되었다.

 

 

Q) 프로젝트 활동 내용과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소설을 첨부합니다. 느낀점과 프로젝트 활동 내용은 다음 질문에 이어 작성하겠습니다.




<샘플>

 

위험사회라고들 하죠.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우리 주위에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들이 도처에 널려있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적은 자원으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큰 위험을 끌어안았어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에요. 당시 체르노빌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의 총량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렸을 때 방출되었던 양의 400배에요. 무려 400. 2차 세계 대전에 대해서는 저번 수업에서 이야기했으니까 이 일이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었는지 대강 상상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는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어요. 지수적으로 증가했죠. 그러다보니 우리 지처에 깔린 수많은 위험들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어떤 한 사람의 악의적 행동으로도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게 되었어요. 도쿄사태가 그 예에요. 그 당시 도쿄는 이천만 명이 넘게 사는 도시었어요. 도쿄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한 사람이 앗아간 생명이 대략 삼백칠십만 명에 달했어요. 테러 역시 어떤 거대한 테러집단이나 국가에 의해 일어날 뿐만 아니라 한 개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게 된 거에요. 그 때부터 일본에서 영아선택제가 도입되었어요. 위험 자체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위험을 일으킬 확률을 제어하자는 취지였죠. 영아의 생명권이 국가로 넘어간 거예요. 영아선택제란 유전자적으로, 통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정부에서 태어난 영아를 분석하고 그 아이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거하는 거죠. 대국민투표로 인해 이 법안은 놀랍게도 89퍼센트의 찬성으로 통과되었어요. 국민의 대다수가 그 위험에 동의했기 때문이었죠.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은 1년에 한 번씩 위험 척도 검사를 받기 시작했어요. 만약 위험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오면 약물 처방이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하죠. 위험 수치가 일정 수치 이상이 나오면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 되고요. 위험 관리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 일본은 범죄율이 80퍼센트 이상 줄었고, 테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다른 나라들도 일본의 법률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경우엔 일본의 법률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국내에 법률을 도입할 때 반대가 심했지만 격렬하게 찬성하는 측이 훨씬 많았죠. 미래예측부의 힘이죠. 국민들은 국회의원은 믿지 않아도 미래예측부는 신뢰하니까요. 미래예측부에서 내놓은 예측에 따르면 법률 도입을 하지 않으면 도쿄사태와 같은 일이 서울에서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높게 측정되었어요. 반대로 도입을 한다는 가정 하에는 그 확률이 이전에 비해 50배가량 낮게 측정 되었고요. 법률 도입 이후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범죄율이 유의미하게 줄었고, 내부테러 역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인공지능의 힘이랄까요?”

지욱은 번쩍 손을 들었다. 말을 이어가려고 숨을 들이키던 선생은 지욱을 발견했다. 창가에서 비치는 햇살이 지욱의 눈과 교복 단추를 반짝였다. 선생은 미소를 지으며 지욱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영아선택제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갈 권리를 처음부터 막아버리는 거잖아요. 이건 생명권에 위배되는 거 아닌가요? 정부가 국민의 위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국가가 국민을 죽일 수 있죠? 그것도 영유아를요.”

맞아요. 실제 법률이 통과되었을 때 논란이 되었던 게 그 부분이에요. 전국적으로 시위가 끊이지 않았어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다고 외국으로 도피한 국민들도 상당했죠. 하지만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결국엔 잠잠해졌어요. 법률 도입을 찬성하는 측의 의견은 명확했어요. 그 아이를 살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다면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전 차단하는 게 옳지 않는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대량 살상으로부터 항상 벌벌 떨며 살아야하는가. 공리주의적인 접근이죠.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리주의는 승리했습니다. 영아선택제와 같은 법들이 그대로 도입되었으니까요.”

지욱은 입술을 움찔거렸다.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욱은 주위에서 자신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느꼈다. 불만이 가시지 않은 채로 그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테러는 위험합니다. 순식간에 작은 나라를 날려버리는 게 이제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고안되었죠. 미래예측부가 하는 일도 그와 관련되어있어요. 현재는 테러뿐만 아니라 경범죄도 모니터링과 예측 인공지능에 의해서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테러를 준비하다가 미래예측부 덕분에 불발되는 경우들을요. 국민들이 가장 많이 지지하는 정부 기관으로 미래예측부를 뽑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죠. 우리는 정말로 보호받고 있으니까요.”

선생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고 있거나 수업과 관련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수업에 참여하는 건 지욱뿐이구나 생각했다. 그녀는 수업이 끝나기까지는 10분 정도 여유가 있음을 확인했다.

지욱군이 말한 대로 영아선택제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도덕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이야기죠. 도덕적인 수준도 기술적 맥락에 뒤처지지 않아야합니다. 기술력은 폭발적으로, 지수적으로 높아져만 가는데 도덕 잣대가 그대로라면 모순적인 일들이 발생해요. 도덕적 딜레마라고 하죠. 도덕적 딜레마는 한 사건에 대해 행위자가 소유한 두 가지 다른 도덕적 관념이 충돌을 일으키는 일을 말해요. 인공지능이 발달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는 대부분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도덕적 상황판단들을 인공지능이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죠. 현대사회의 도덕적 딜레마는 예시로 보는 게 편해요.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했어요. 그래서 인명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죠. 자동주행이 되는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그 자동차가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게 증명이 되었음에도 수십 년간 사람이 직접 차를 몰았어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확실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가령 이런 문제에요. 보행자 두 명과 운전자 한 명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하는 상황이에요. 그 때 판단을 자동차 인공지능이 내려야합니다. 자동차가 운전자 안전 우선 알고리즘으로 짜여있다면 보행자 둘이 죽겠죠. 그런데 만약 인명 피해 최소 알고리즘을 채택한다면 운전자가 죽어야 합니다. 이전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자신이 의사 결정을 내렸는데 이제 그 결정을 인공지능이 내려야 하는 거예요. 그 문제 때문에 국내에 자동주행 자동차 도입이 늦어졌어요. 물론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 때문이기도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사람은 훨씬 더 안전하게 이동하게 되었고, 차를 타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보내게 되었어요. 도덕적인 문제는 법으로 보완하였죠. 사실 교통법을 조금만 고치면 되는 거였거든요. 도덕적 딜레마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죠. 기술적 경쟁력 제한 문제죠. 남은 시간 동안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수업을 마칠게요.”

선생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들이켰다. 그녀는 입가를 닦고 눈을 부릅뜬 지욱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자동 주행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보다 더 이전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에요. 당시 영국에서는 자동차의 보급을 막고 마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했어요. 일명 적기조례라고 하죠. 그 법으로 인해서 자동차들은 최고 시속 16킬로미터, 도시 안에서는 최고 시속 8킬로미터로 달려야했어요. 이 법 때문에 당시 마부들은 직장을 잃지 않게 되었지만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크게 뒤처지게 되었죠. 그래서 제2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게 빼앗기게 되었어요. 뭐 나중에는 상당부분 따라 잡았지만요.”

학생들이 한두 명씩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다른 짓을 하던 학생들 중 몇몇은 수업이 끝나기를 바라는 기대어린 눈으로 선생을 바라보았다.

기술은 결국 발전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을 가치중립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기술은 흐름이니까요. 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필요하겠죠.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예요. 다음 주까지 영아선택권에 대한 글을 800자 이상 작성해서 오세요. 점수 비중이 높으니까 대충 적지 말고요. 이상!”

선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탄환처럼 문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소란이 끝나고 나자 반에는 지욱과 선생만이 남게 되었다. 선생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지욱을 바라보았다.

지욱 학생은 급식 먹으러 안가요?”

오늘 조퇴하고 병원에 가야 해서요. 정기 검진일이에요.”

, 조심히 잘 다녀와요.”

선생은 책을 덮고 셔츠의 가슴 부분에 달린 주머니에 펜을 넣었다. 그리고 두고 가는 짐이 있나 살펴보았다. 지욱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질문을 꺼냈다.

선생님, 선생님은 영아선택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 말이에요.”

선생은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다시 지욱을 보았다. 교실엔 지욱과 자신뿐이었다. 그녀는 순간 지욱이 바둑판에 처음으로 놓인 검은 돌 같다고 생각했다. 우측 상귀에 놓인 대범한 첫 수.

저는 영아선택제를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위험 노출로 인해서 우리가 사는 환경이 갑자기 증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해요. 그 속도 때문에 무시되는 가치가 많아서 조금 슬퍼요. 개인적으로는 그래요.”

지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학교에서 나와 병원으로 가는 길까지 선생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생명의 존엄성, 위험과 도덕적 딜레마. 단어들을 떠올릴 때마다 긴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아선택제를 인정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더 공부를 해도 그 의견엔 커다란 변화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린 아이를 죽인다는 가정은 끔찍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구상에 자기 자식이 죽기를 바라는 부모가 존재할까. 의문이 풀어지지 않은 채로 지욱은 병원에 도착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욱이요.”

핸드폰 뒷자리가 어떻게 되시나요?”

칠이오육이요.”

, 알겠습니다. 잠시 저 쪽 의자에 앉아서 대기해주세요.”

지욱은 의자에 앉으러 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병원인데, 오늘은 한산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할머니와 양복을 입은 남자 둘, 아이와 그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전부였다. TV에선 작년에 국가의 심의를 통과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통계 수치가 나왔다. 대다수의 정상인 아이들은 85퍼센트 이상이었고, 주의 등급을 받은 아이들은 14퍼센트 정도를 차지했다. 1퍼센트가 안 되는 정도가 위험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들어간다. 특히 초고도 위험등급을 받은 아이들은 폐기된다. 그들의 탄생은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 지욱은 흘러들어오는 생각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생명의 탄생이 등급에 의해 축복 받거나 저주 받는다는 사실이 소름끼쳤다. 생각을 뻗쳐갈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이지욱씨, F-1호로 들어오세요.”

F-1? 지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생소한 방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렸을 적부터 다녔던 병원이지만, 그가 F-1호에 가본 경험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방에 들어가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 간호사는 한 손에 차트를 들고 지욱에게 방을 안내했다. 그녀는 지욱과 함께 복도의 끝까지 걸어가고 나서, 오른쪽으로 꺾어진 복도로 다시 걸어갔다. 그 끝에 F-1호가 있었다. 그 앞에 서서, 그녀는 문을 두 번 두들겼다.

들어오세요.”

간호사는 차트를 들지 않은 손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지욱은 그 안에서 수많은 의료기기들 앞에 앉아있는 의사를 보았다. 평소와 달리 낯선 곳이긴 했지만, 매년마다 수차례 보았던 자신의 전문의였다. 지욱은 바퀴가 달리고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 위에 앉았다. 지욱이 다시 앞을 보았을 때, 의사는 차트와 컴퓨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는 안경을 조금 내리고 느린 타법으로 타자를 치며 입을 열었다.

학교 다닐만하지?”

그럭저럭요.”

지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조여 오는 갑갑함에 몸이 이상하게 움츠려들었다.

최근에 생활 하면서 불편했거나, 숨이 잘 안 쉬어졌거나, 가슴이 아팠던 적 있어?”

지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몸에 이상 감각이 느껴지거나 묘했던 경험을 말해도 좋아.”

지욱은 미간을 좁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일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는 다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좋아. 그럼, 최근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의사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툭 툭 툭, 불규칙적인 소리가 작은 방을 울렸다. 지욱은 그 시간이 따분하게 여겨졌다. 그의 오른쪽에는 병상으로 보이는 침대가 하얀 커튼에 살짝 가렸고, 그 앞에서는 은빛으로 빛나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빛을 반사했다. 그 중 비스듬하게 세워진 메스로 의사가 비쳤다. 지욱은 몸을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며 의사의 옆모습을 작은 칼을 통해 비춰 보았다. 탄력을 잃어 밑으로 살짝 쳐진 주름살과 잘 깎이지 않은 수염이 보였다. 몸을 조금 더 움직이니 목이 나왔다. 그 위로 선명하게, 규칙적으로 맥이 뛰었다.

소리가 끊겼다.

호출이 있네. 내가 가봐야 하나보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 그러세요.”

의사는 성급하게 밖으로 나섰고 !’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문을 타고 흘러 들어온 바람이 그의 옷깃을 스쳤다. 책상 위에도 바람이 닿았는지 차트가 우수수 떨어졌다.

지욱은 의자에서 일어나 차트를 쓸어 모았다. 그러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지욱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모았던 종이들을 내버려두고 그 종이를 집어 올렸다. 수많은 글자들 사이로 이지욱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그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고 페이지를 넘겼다.

아기가 나왔다. 둘이었다. 그들은 쌍둥이였다. 젊은 의사가 나타났다. 익숙해 보이는 그는 한 아이에게 주사를 놓았다. 몇 장 뒤에 이기욱의 사망 진단서가 있었다. ‘초고도 위험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그 뒤에 이지욱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종이를 든 지욱의 손이 떨려왔다. 초고도 위험, 미래예측부 샘플로 활용, 다량의 생체 데이터 확보 가능, 실시간 모니터링, 더 정확한 예측, 유토피아 프로젝트, 심장 제어 장치를 통한 생명 원격 조종 및 범죄 사전 차단. 지욱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울렁거릴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진정이 안됐다. 오른손으로 메스를 집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문이 열렸다. 긴장한 모습의 의사가 보였다. 지욱의 오른손이 그의 배를 향했다. 순간 지욱은 중심을 잃었다. 몸이 무너지고 나자 그는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었다. 눈은 초점을 잃고 입과 코로 울컥울컥 피를 뱉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간호사가 뛰어 들어왔다. 간호사는 방에 오자마자 의사를 의자에 앉혀 그를 심호흡하게 했다. 양복을 입은 여성이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샘플이 미래예측부 예상대로 행동했네요. 시나리오대로 흘러서 정말 다행입니다.”

의사는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쳤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여러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10년 넘게 애썼는데, 마지막까지 결과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요. 박수 한번 치고 갈까요?”

의사는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로 떨며 박수를 쳤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박수를 쳤다. 간호사는 멋쩍게 웃으며 쓰러진 지욱을 바라보았다. 하얀 타일 사이로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 빨리 치워야 때가 잘 지는데, 그녀는 생각했다.

 

 

Q) 전체 과목 활동 내용과 느낀점을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이번 분기 내내 내 발목을 잡았던 후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하프마라톤을 신청한 것, 두 번째는 소설쓸과를 신청한 것이다. 두 과목 모두 다른 과목으로 대체했더라면 조금 덜 힘들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독려해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다. 나는 수십 일 동안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았던 것이다.

매일 800자의 소설을 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게 800자의 을 쓰는 것보다 약간 더 난이도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아예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큰 착각이었다. 소설의 구성 단계부터 인물 설정, 대사 등등 신경 써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렵게, 어렵게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기한이 절반도 남지 않았을 때 뒤엎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작성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고, 문장 구성과 대화에서 내 밑천이 바닥났다.

새로 써야하나 고민을 계속 하다가 결국 다른 주제로 새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평소에 잘 아는 분야이고, 예전에 조사도 했었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써보면 좋겠다 싶어 SF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SF소설은 필력보다는 배경 조사와 구체적인 설정에 더 영향을 받는 분야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전에 공학적 글쓰기와 의사소통이라는 과목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조별 발표를 하면서 조사했던 내용들, ‘위험사회이론, ‘Tim Urban’이 인터넷에 개제한 초인공지능 이야기 등을 참고했다. 그러면서 소설에 대한 배경을 만들어갔다. 한 사람이 실수나 사회의 어떤 작은 문제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전 인류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초고도위험사회, 그런 사회 속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에 의지하게 된다. 대한민국에도 미래예측부라고 하는 부서가 있고, 미래예측부는 초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예측 정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국민들은 미래예측부를 매우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쿄에서 한 시민의 악의로 인해 370만 명이라는 수의 시민이 죽은 도쿄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영아선택제라는 법을 도입한다. 미래에 범죄를 일으키거나 큰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아이는 그 즉시 폐기된다. 극단적인 법률이지만, 그 법을 도입하게 되면 도쿄사태와 같은 테러가 일어날 확률이 10배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 법률에 찬성한다. 이후 일본은 중범죄가 크게 줄었고, 테러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 법률을 받아들인다. 주인공은 남자 고등학생이다. 영아선택제에 의해 폐기되어야할 운명이었지만, 미래예측부의 인공지능이 그 주인공으로부터 생체 샘플 데이터를 얻어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살려둔 케이스이다. 물론, 주인공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소설의 배경은 이렇다.

소설을 모두 작성하고, 수정하고, 전문가 인터뷰 때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모든 활동이 끝나고 나니 내가 쓴 글에 애정과 부끄러움이 남는다. 무척 힘든 과정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보람차다.

어른이 되고 나니 넘어지는 걸 쉽게 두려워하고, 재도전을 무서워했다. 나는 프롤로그만 쓰고 쉽게 포기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은 좌절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국 수십 번의 넘어짐 끝에 겨우 한 걸음을 완성했다.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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