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니이! 몇 밤 더 자야 어무이가 와븐데요?
오늘이 보자잉... 9일인께... 열 하나 남았네잉... 니 애미 올라믄 한참 남아붓다.
열 하나... 열 하나... 소년은 손가락을 활짝 펴 하나씩 접으며 숫자를 센다. 하나, 두우울, 세엣, 네에, 다, 여... 소년이 꼼지락대며 수를 세는 동안 할머니는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깐다. 노쇠한 장롱은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존재를 알린다.
할무니! 암만 해봐두 열 하나는 업는디요!
니 발꾸락까지 세야디야! 그래야 열 하나다잉.
아따 그라문 겁나게 많아분디...
소년은 테레비 옆에 걸려 있는 달력을 야속하게 쳐다본다. 오늘 따라 커다란 숫자가 적힌 달력이 두꺼워 보인다.
소년은 이불 위에 누워 생각한다. 낼은 일어나자마자 달력을 찢어부러야겄다. 비행기는 지겨운께 그걸로 종이 배나 맹들어야지. 할무니 장사 가불먼 대야다가 물 받아갓고 그 놈으로 놀아야긋다. 그 담에 세준이 집 가가꼬 똥개랑 놀아야지. 글고 귤도 까먹어불고, 또 만화 보고, 또오...
소년의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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