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은 구절


1) p.4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p.5 오늘날 인터뷰에 대한 수요는 군중 속의 고독을 강요하는 삶의 양식이 낳은 슬픈 허가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가짜처럼 보이는 시대에 진짜배기의 벌거벗은 진실에 가닿고 싶다는 간절한 발돋움이다.

3) p.11 누구보다 언어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사람이 작가고, 시네마의 힘을 믿는 사람이 영화감독이라고 우리는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그 역 또한 사실이다.

4) p.11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무용한 아름다움이다.

5) p.15 원래 제겐 사회적 자아가 있고 소설 쓰는 자아가 있는데요. 처음 소설에 들어갈 때는 사회적 자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6) p.19 포기하지 않는 것 자체가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해요. 사랑의 결과로 얻게 되는 것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요.

7) p.19 Q) 그렇다면 실패한 사랑이라든가 성공한 사랑이라는 구분은 의미가 없겠군요.

A) 오히려 실패한 족이 사랑했다는 느낌이 훨씬 강한거죠. 성공한 쪽은 과정을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으니까요.

8) p.23 시인은 단거리에 강해요. 행동과 사고가 민첩하고 말도 시니컬하죠. 소설가는 장거리주자에요. 항상 뒷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술을 마셔도 소설가는 도중에 도망가는 데 서사가 없는 시인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죠.

9) p.27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라고 해서 실패한 삶이라면, 대부분의 삶은 실패에요.

10) p.27 Q)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정말 실패한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요? 사랑한 기억이 없는 인생? 이야기 없는 인생?

A) 가짜로 산 인생이요.

11) p.27 소설가의 관점이라서인지 몰라도 제가 제일 경멸하는 책이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에요. 그들은 실제로도 자기가 자서전에 써 있는 대로 살았다고 믿어요.

12) p.36 무대 오리기 전에 담배도 서너 대씩 피우고 벌벌벌 떱니다. 그런데 막상 오르고 나면 어느 순간 공중부양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작두에 한 번 올라타면 그때부터는 저도 없고 아무도 없습니다.

13) p.43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14) p.45 무당의 작두, 택시기사의 운전대,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수세미 안에는 다 신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15) p.48 짐이란 무겁지만 하체를 튼튼하게 합니다.

16) p.48 어떤 일이 일어나면 주체에게 왜 그랬냐고 질문이 가야 맞습니다. 객체인 저는 할 말이 없고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릅니다.

17) p.53 웃음에 대해 관대해져야 그 사회가 건강할 수 있습니다.

18) p.55 속도와 밀도는 공존하기 힘든 속성이다.

19) p.64 영화 <엑스맨>처럼 초능력이 아니라 '저능력'을 하나씩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파워레인저처럼 활동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고요.

20) p.72 저희가 제일 경계하는 것이 '자뻑'이에요. 우리가 높은 데에 있고 베푸는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죠.

21) p.95 캐릭터를 빌려 스스로 세뇌를 해요. 나는 이런 능력이 있다, 할 수 있다고 절대적으로 믿어버리죠. 그 순간 의심하면 위험해져요.

22) p.97 고독을 경험하고 행복해진 사람의 모습은, 원래 행복한 사람이 더 행복해진 것과는 다르겠지요.

23) p.104 홍상수 영화를 볼 때는 직관이 필요하고 김기덕 영화를 볼 때는 믿음이 필요해요. 봉준호의 영화는 아이디어를 보는 것이고요.

24) p.116 좋은 연주를 듣다보면 나쁜 연주를 금방 판별하지만 이것저것 잡다하게 들으면 좋은 연주를 들어도 모르죠. 그림도,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25) p.136 칭찬과 불신, 두 가지 모두 연기에 탄력을 줘요.

26) p.145 예술은 돌려 말해야 한다. 욕망과 사랑을 대놓고 발설하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27) p.162 중요한 것은 시라는 제도가 아니라 시적인 것 자체

28) p.167 우리 삶에는 그처럼 논리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 많이 존재해요.

29) p.174 수학도 잘은 못하지만, 말로 하면 두세 페이지의 설명을 한줄로 정리해버리는 수식엔 압축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30) p.179 다만 제게 정치는 역시 이상주의 운동이거든요. 민주당에는 이상을 품고 있는 조직이 풍길 수밖에 없는 향기가 없었기에 당을 나온 것뿐입니다.

31) p.183 "우리가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음이 증명되었죠." 오직, 그것만이 그를 위안하는 한 떨기 국화였다.

32) p.189 봉준호 감독이 툭툭 던지는 말들 가운데 내가 깊이 생각해야 할 말들이 있어요. "선생님, 아들은 자기 뱃속에서 열달을 키워서 내보낸 이성이지요?"

33) p.196 난 한번도 연기가 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걸 직업이라고 하면 왠지 자존심이 상해요. <마더>의 엄마가 도준이한테 "너는 나야"하듯이 연기는 나예요. 숨쉬는 것처럼

34) p.210 그의 규범은 상식에서 나왔고 실천력은 업무를 수행하며 배가됐다.

35) p.210 배려는 기억에서 나온다.

36) p.232 우리는 한번 발 담그면 끝까지 가야 도로 나오니까요.

37) p.236 종교는 갖고 있다고 떠벌려야 딴 짓 못해요.

38) p.241 누구나 음악을 만들지만 또 누구나 훌륭한 걸 만들진 못해요. 거기에 숙제가 있는 거죠. 누가 침묵할 때 "저 사람은 많은 걸 내면에 안고 있어서 침묵하는 거구나"하는 거랑 ", 쟤는 말을 하면 깨니까 안하는구나"는 구별되잖아요.

39) p.248 현재로서는 꼭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거 해야 사람 되는 것 같아요. 못 이길 것 같아서, 희생과 사랑이 두려워서, 피하는 건 비겁해 보여요. 그만큼 힘들다는 건 분명 그 너머에 뭔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40) p.251 오역이 허우적거리다 뎅그렁 머릿속의 종을 울릴 때가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의 제목이 그렇다. 뭐랄까 원제보다 훨씬 시적이다.

41) p.258~p.259 우리는 열을 그냥 온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겪어보면 열이란 시간이며 공간이라는 걸 알게 돼요.

42) p.267 어느 지점까지는 아름다운 것들만 죽도록 아름답다고 말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그걸 충분히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43) p.272 그는 정보와 사실, 진실이라는 세 단어를 주의 깊게 구분해 사용했다.

44) p.340 정말 힘든 경우는 내 자리가 아닌데 억지로 뭔가 하고 있다고 느낄 때에요.

45) p.389 시인, 수필가, 역사가, 소설가, 현인들은 죽음에 대해 글을 자주 쓰지만 그들이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죽음을 수없이 보며 사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죽음에 관해 거의 글을 남기지 않는다.

46) p.401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얼마나 불확실한지 아는 일은 유용하다.

47) p.403 , 조금씩 늘겠죠.

 


Q) 이 사람처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


글쎄, 이 책이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다룬 내용이라서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다. ‘22명처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라니.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인 정성일씨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는데, 이 사람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의 깊이는 절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그런 점이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이 알고, 세심하게 더 관찰하고, 더 많이 보아야 가능한 영역이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들이 필요하겠지.



Q) 이 사람에게 닮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닮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평소에 내가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유시민씨도 있었고,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영화평론가인 정성일씨도 있었다. 닮고 싶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사용하는 어휘의 폭이 넓고 표현이 적확하다는 점 같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던 간에,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끌린다.



Q) 이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가? 그 이유는?


분야가 너무 많다! 첫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 책에 나오는 상당수의 인물이 문화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분야에서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4년 전에 열정대학에서 활동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방향을 지향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나는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마음의 이끌림도 현재 내가 지향하는 분야에 비해 덜하다. 그래서 그러고 싶지가 않다.



감상평


인터뷰의 매력을 알게 해준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끌림이 있었다. ‘진심의 탐닉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생각해보면 인터뷰란 제목처럼 진심을 탐닉하는 과정인 것 같다. 책장을 넘길수록 한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기 보다는,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인터뷰는 그런 과정이리라.

이 책은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느 누구나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란 보통 비밀을 뜻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기 위해서는 발각되기 원하는 비밀들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분석여행도 그런 과정을 통해 조원들과 친해지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런 공유 속에서 대체될 수 없는 관계가 모색된다고 본다.

인상 깊었던 몇몇 인터뷰이들이 있었다. 평소에 내가 관심있어했던 사람인 유시민씨와, 과학자 정재승씨, 김경주 시인 등등. 그들에게 끌렸던 이유는 자신만의 또렷한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내가 어떻게 세상을 대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하지만 22명의 인터뷰이들은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었고, 인터뷰를 통해 그걸 느낄 수가 있어 좋았다.

인터뷰어로 인터뷰를 접해본 경험은 있지만, 인터뷰이가 되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서 인터뷰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다. 누군가에게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나의 가벼운 비밀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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