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은 구절
1) p.5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 들어가 다친 사람을 들쳐 업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오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2) p.19 어차피 영어 점수는 서류에만 존재하는 숫자일 뿐이었다. 난 이미 훌륭한 토익 점수를 받았고 특별히 회사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데다 외국인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3) p.34 "돈보다 사람 목숨이 중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지금 그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4) p.45 나라도 이러고 있으니 한 사람이라도 더 도움을 받지.
5) p.50 School을 skool이라고 하는 언어 실력이지만 욕만큼은 타이밍이 완벽할뿐더러 평서문을 욕으로 바꾸는 데 활용하는 어휘가 Vocabulary 22000을 뛰어넘었다.
6) p.81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찍은 영화세트도 이보다 끔찍하진 않을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라기보다는 도살장에 가까웠다.
7) p.86 농담이 아니야. 여기서 여자는 남자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어.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켜보는 것밖에 없어.
8) p.107 누구 목숨이 더 위급한가? 이 사람은 살리고 저 사람은 죽도록 둘 것인가?
9) p.143 토론이 드디어 끝나간다고 생각할 무렵, 총성 한 발이 한밤의 정적을 깼다.
10) p.154 세계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많이 웃고 순간순간 즐겁게 살아가는, 그래서 늘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다.
11) p.170 1991년에 내전이 발발하고 나서 소말리아에 들어간 한국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없다고 한다.
12) p.181 우리가 선택한 길이야.
13) p.185 인터넷의 힘은 이렇게 대단해서 한번 맛을 들인 뒤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14) p.195 오마르는 슬쩍 내 얼굴을 보더니 "우리끼리니 말인데요. 사실 이 돈은 영국에 있는 사장 아들 뒷바라지에 들어가요."라고 알려주었다.
15) p.202 문제는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데 있지.
16) p.207 모험담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그가 느꼈을 카타르시스는 예산 파일과 몇 시간 씨름하다 마침내 틀린 숫자 하나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17) p.227 돈이면 더 되는 줄 알았더니 역시 정부가 있어야 했다.
18) p.228 정부가 유명무실한 소말리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총이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무장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 p.242 우리 조상들의 기지와 위트는 감탄을 자아낸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북수단과 남수단의 내전과 독립,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지 않나 싶다.
20) p.259 파스칼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씻지 않아도 되는 핑계를 적어도 두 가지씩은 알고 있었다.
21) p.270 파키스탄에서 만난 한국인 의사 김 선생님은 그 뒤로도 몇 달 동안 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고추장과 김을 남겨두고 가셨기 때문이다.
22) p.305 환자의 비밀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발설하면 안 돼.
23) p.307 맥주 한 잔과 실없는 농담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그저 각국에서 온 여행객 같기만 한 이들이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24) p.309 진심이다. 정말 나도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25) p.316 가진 것을 내려 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가질 수가 없어요.
Q) 이 사람처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윤소정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20대 초반, 한비야 열풍이 불었던 시기에 자신도 꿈에 부풀어 국제구호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경험이 있다고. 그녀도 한비야처럼 가난과 고통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도우며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국의 환경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반 탈진상태에 빠져 귀국하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국제구호활동에 영 맞지가 않다. 나는 비위가 약하고 그런 환경에 내가 속해있다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Q) 이 사람에게 닮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글이 유쾌하다. 훔치고 싶은 필체를 가지고 있다. 죽을 뻔한 상황도 유쾌하게 풀어가는 재능이 있다.
Q) 이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가? 그 이유는?
절대 종사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소정쌤처럼 계속 아프다가 민폐만 끼치고 귀국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불안해하고 힘들어할 것이다. 하는 일에 대해서 의미도 크게 찾지 못할 것 같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훨씬 이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라고 생각하며 툴툴대지 않을까. 대신 모든 사람이 나 같지는 않더라.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했다. 실제로 국제구호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한 친구도 있고.
아, 물론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굳게 다짐했다. 나는 절대 국제구호단체에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감상평
제목이 ‘국경 없는 괴짜들’이다. 국제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들’에 소속된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의 괴짜다움을 유쾌한 필체로 옮겨내었다.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더라. 머리를 잘 감지 않거나, 성격이 불같거나, 이기적이거나, 때로는 천사 같은 사람들. 그들은 비논리적이고 힘든 상황에서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으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며 다닌다. 우리는 ‘돈보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다.’라는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세상엔 그들이 필요하고, 그들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옮겨 다닌다.
책 중간 중간에 저자의 아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내는 남편이 다시는 위험한 국가로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는 아내에게 빌고 빌어 다시 내전지역으로 떠난다. 아내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고 걱정되는 일인데, 그걸 또 받아들여주는 그녀 역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 세상은 참 비논리적이다. 최근에 고지방 다이어트니, 원푸드 다이어트니 하는 용어가 히트를 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죽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업 스트레스에 치여 자살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지구 반대편에는 피난 중에 가족을 모두 잃어 오열하는 아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에 비춰 보았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상황에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이 이토록 불공정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구글이 제시하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기술 민주화’이다. 탄자니아에 사는 어린이도 미국의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사회를 그들은 만들었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어가고 싶다. 『성채』의 작가 A.J.크로닌이 말한 것처럼, 시스템을 향한 공격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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