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은 구절
1) p.17 정확하게 수건 한 장 정도의 크기지만, 오른쪽에는 작은 잉크병이 왼쪽에는 공책이 펼쳐져 있는 내 책상은 글을 쓰기에 충분하다.
2) p.22 이곳은 풍성한 에덴동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점유했을 때의 이곳은 진짜로 애덴동산이었다. 나는 그 후로 지금까지 이곳에서 곤충들을 관찰하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해 투쟁한 40년의 세월이 나에게 이곳을 마련해 주었다.
3) p.27 곤충들은 변화한다. 크게 새끼와 어미, 이 두 가지의 삶을 사는 것이다.
4) p.37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감는다. 빛이 사라진다. 눈을 뜬다. 그러면 다시 환한 빛이 보인다. 다시 시작한다. 결과는 똑같다. 됐다! 이제 나는 두 눈으로 태양을 본다는 사실을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 깨달음의 즐거움이여!
5) p.48 파브르는 일단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은 탐구해야 했다.
6) p.55 문법이 인생을 질식시킨다.
7) p.63 파브르는 교사인 동시에 학생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을 매시간 새로 배웠다.
8) p.65 네가 난처한 일을 당해도 섣불리 동료의 도움을 받지 마라.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는 어려움을 잠시 피할 수 있을 뿐이다.
9) p.68 말 그대로 나는 그 책을 삼켜버렸다.
10) p.76 숫자, 공간, 운동, 질서는 유일무이한 연쇄작용을 하면서, 그 최초의 고리는 나머지 모든 것을 움직였다.
11) p.79 기하학자는 만들어지고, 생물학자는 타고난다.
12) p.102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럴수록 더욱 좋다. 왜냐하면 나의 질문들은 그만큼 더 편견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3) p.114 부지런한 어린이가 고안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하고 순박한 물건 속에, 종종 아름다운 진리가 들어있다.
14) p.132 그들은 너희를 토막내지만, 나는 살아 있는 너희를 연구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너희를 공포와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이다. 그들은 고문실에서 작업하지만, 나는 파란 하늘 아래서, 매미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관찰했다.
15) p.145 한 곤충연구자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써내려가는 데에 너보다 더 좋은 받침대가 어디 있겠니.
16) p.155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언젠가는 그것의 근원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17) p.160 우리가 곤충들을 분류해 특정한 집단들을 '종'이라고 부를 때 곤충들의 각 신체 부분의 생김새가 그 기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규칙에 따라 나름대로 집을 짓게 하는 본능적 충동도 곤충 분류를 위한 훌륭한 기준이 될 수 있다.
18) p.180 이 태도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곤충들의 행동은 다른 행동을 야기하기 위한 일련의 연쇄 반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19) p.181 동물은 활동할 때 자유롭지 않으며 의식이 있지도 않다.
20) p.190 파브르의 <곤충기>가 보통의 학술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식, 발견, 해답 들이 아주 풍부하게 담겨 있음에도 이것들이 강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곤충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언제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 수수께끼 같은 것들이다.
21) p.200 본능의 영역은 한 점이며 지능의 영역은 우주이다.
22) p.207 행운은 인내하는 자들을 도우며, 따라서 나의 끈기를 보상해준다.
23) p.207 곤충들이 평소의 생활 조건에서는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드러내도록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개입해야 한다.
24) p.210 연구에 결정적인 것은 도구가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과 정확한 사고력이었다.
25) p.233 우리가 수업을 받기 위해서 솔나방 애벌레들을 관찰한다면 우리는 평등과 공산주의 이론이 헛되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26) p.233 동일하지 않음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리고 그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27) p.239 인생은 죽어야만 다 채워지는 깊은 골짜기이다.
28) p.271 수는 신의 이성이다.
29) p.284 나는 꿈에 잠길 때마다 단 몇 분만이라도 우리 집 개의 뇌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다. 파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세상의 사물들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 것인가!
Q) 이 사람처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
한결 같은 열정이 파브르를 상징하는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그게 부족하다. 그는 노인이 될 때까지 관찰하는 자세를 놓지 않았고 호기심이 가득했다. 우리 집 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리는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그는 탐구자였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다. 나 역시 학문을 그런 자세로 대하고 싶었다.
Q) 이 사람에게 닮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관찰하고 실험하는 자세이다. 관찰하고 실험하는 자세가 과학자들에게 국한되는 건 아니다. 관찰한다는 것은 사물과 현상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이후 그 이면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도 관찰은 정말 중요하다. 데이터를 계속 관찰하며 적합한 통계 모델을 제시해야 하니까.
실험적인 자세는 어렸을 적부터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선생님께서 껌에 대해 조사하는 글을 작성하는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껌을 씹으면 언제 단물이 빠지는지, 다 씹은 껌을 물에 넣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씹지 않은 껌을 물에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썼다. 다음날 숙제 발표 시간이 되니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한 사람은 나 밖에 없더라.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셨다. ‘다운이는 실험 정신이 뛰어나구나!’
Q) 이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가? 그 이유는?
종사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다보면 도메인 전문가와 같이 움직여야 할 때가 많은데, 내가 만약 자연과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면 이 분야를 접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활용하는 예측 모형 중 하나인 퍼셉트론(Perceptron)은 동물의 신경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학문의 경계는 계속 세분화되는 것 같지만, 서로가 통섭되는 과정에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어쩌면 필연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듯도 싶다.
감상평
어렸을 적 위인전을 통해 파브르를 접한 이후, 처음으로 파브르 평전을 읽었다. 잘 알다시피 그는 ‘곤충기’를 썼던 곤충학자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생물을 연구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가 어떤 방식과 자세로 연구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곤충을 관찰했다. 파브르 이전의 곤충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죽은 곤충을 핀으로 찔러 부위별로 나누어 보는 정도에 그쳤다. 파브르는 곤충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관찰했다. 다른 생물학자들이 곤충을 종으로 나눈 것처럼 파브르는 곤충이 특정한 규칙에 따라 나름대로 집을 짓게 하는 본능적 충동도 곤충 분류를 위한 훌륭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곤충들에게 특정한 환경을 제시해보는 실험을 통해서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만든 집이 무너졌을 경우 좌절하고 슬퍼하겠지만, 본능뿐인 곤충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집을 다시 짓는다. 혹은 그 위치에 집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이런 과정들을 파브르는 보았고, 기록했다.
그는 무지가 생물학자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될수록 그가 던지는 질문들에는 편견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부지런한 어린이가 고안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하고 순박한 물건 속에, 종종 아름다운 진리가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썼고, 곤충을 관찰할 때에도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는 교육자임과 동시에 과학자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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