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은 자신이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은 기성 작가의 문장처럼 명문도 아니고, 고쳐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난 내가 쓴 글이 좋다. 이전에 썼던 글을 읽으면 당시에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는 건 부끄럽다. 문맥은 매끄럽지 않고, 상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으며, 문법도 왠지 틀렸을 것 같다. 싸이월드처럼 흑역사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내 나름의 진지한 생각들과 나누기 어려운 경험들을 나만의 일기장에 꾹꾹 눌러 쓴다.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일작'이라는 과목을 만들려고 했던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난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어서 혼자서는 매일 글을 쓸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30일 동안 매일 일기를 작성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같이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가 궁금했다.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풀어갈지도 궁금하고. 셋째,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댓글 작성을 의무 규칙으로 만들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인한 반응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가득 찬 기대와 함께 일일일작을 열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참여 덕분에,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들에게도 일일일작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답게 꽃피우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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