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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고, 어떤 것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약국 놀이를 하기 위해 놀이터 구석에서 자라는 쑥을 찾지 않는다. 자동차 밑을 유심히 쳐다볼 일도 없다. 아파트 앞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이 그 아래로 들어갈 일도 없으니까.

궁금한 것은, 한때 내게 정말 중요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이다. 나는 그 일들을 쉽게 떠올리기가 어렵다. 지금 내가 겪는 일들도, 어쩌면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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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아서 글로 쉽게 옮기지 못할 듯하다. 예전에 활동했던 게 떠올라 오랜만에 싸이월드 클럽을 들어가 보았는데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한때 이 곳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지금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21살에 열정대학을 알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고, 꿈을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물론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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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내가 먼저 죽지 않는 이상, 나는 앞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한 명씩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잘 대해야 할 텐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직 내게 카르페 디엠은 다다르기 어려운 경지다. 그래도 꾸준히 연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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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때도 있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할 때 파괴적 습관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만약이 대표적이다. 만약에 빠진 사람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많은 가정법 속에 나를 매몰시킨다. 만약 내가 키가 더 컸더라면, 만약 그때 눈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안타깝게도 몸과 마음을 망가트리는 것들은 대체로 중독성이 있어서, 만약은 마약처럼 삶을 옭아맨다.
만약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상황을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말로 자기 긍정이다. '자기 긍정'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견적을 확실하게 내는 것이다. 자기 부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견적이 확실치 않다.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사람은 현실적으로 바꿀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있다고 믿거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어차피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에게 완전함을 강요하지 않으면 삶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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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보통 상대와의 필연적인 차이를 특별하게 받아들이면서 싹튼다. 말을 하기 전에 코를 찡긋거리는 습관, 카페에 흐르는 음악을 들을 때 눈을 살짝 감는 모습.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그런 작은 특징들을 모아 일상을 감싸곤 한다. 가끔 보이는 나와의 공통점 역시 상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데 한몫한다.
하지만 아픔도 다름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마음도 나와 같기를 바라지만, 그렇지가 않다. 말의 온도, 마음의 무게, 소중함의 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차이가 커지면 균열이 생기고, 틈이 벌어져 상처가 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차이는 이별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거나, 잊기 어려운 큰 상처로 남는다.

하지만 어쩌면 사랑은 필연적으로 아픔을 수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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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이불을 덮고 누우면 항상 아쉽고 심심했다. 어두운 천장 위에 나의 또 다른 세상을 펼치고 싶었다. 그날 보았던 만화 뒷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당시엔 만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유년의 밤은 대체로 무언가를 한창 상상하다가 잠들곤 했다.
나이를 한창 먹은 지금도, 불면은 습관이 되었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늘 무언가가 아쉽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도 잠 못 이룰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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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까지 마치고 나니 8시가 되었다. 글을 좀 더 수정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노트북을 덮었다. 쉬고 싶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공채 자소서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처음으로 써보는 공채 자소서여서 그런지 오랜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경험을 추려냈는데도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직무와 관련된 경험에 대한 근거가 마땅치 않아 서류에서 떨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어제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내 손을 떠난 일에 미련을 가지지 말자. 자소서를 작성하면서 남은 학기 동안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를 파악했으니, 이제 내 앞에 놓인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갈 차례다.

그래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왠지 모르게 조용한 계곡으로 놀러 가 물수제비를 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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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은 자신이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은 기성 작가의 문장처럼 명문도 아니고, 고쳐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난 내가 쓴 글이 좋다. 이전에 썼던 글을 읽으면 당시에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는 건 부끄럽다. 문맥은 매끄럽지 않고, 상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으며, 문법도 왠지 틀렸을 것 같다. 싸이월드처럼 흑역사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내 나름의 진지한 생각들과 나누기 어려운 경험들을 나만의 일기장에 꾹꾹 눌러 쓴다.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일작'이라는 과목을 만들려고 했던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난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어서 혼자서는 매일 글을 쓸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30일 동안 매일 일기를 작성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같이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가 궁금했다.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풀어갈지도 궁금하고. 셋째,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댓글 작성을 의무 규칙으로 만들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인한 반응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가득 찬 기대와 함께 일일일작을 열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참여 덕분에,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들에게도 일일일작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답게 꽃피우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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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는 앞에 도망가는 거북이를 영원히 잡을 수 없다.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처음 있던 점까지 가면 거북이는 이미 어느 정도 전진해서 좀 더 앞에 가 있다. 또 그 점까지 가면 이미 거북이는 좀 더 앞에 나가 있다. 이렇게 계속 전진해 나가면 영원히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잡을 수 없다.
도저히 도달하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영원히 초등학생일 줄 알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수능을 치른다는 것도 상상하지 않았다. 몇 밤 자고 일어나면 떠날 수 있었던 소풍과 달리 그것들은 불안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원히 겪을 수 없을 것이다 생각했다.
도달하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에 최초로 도달한 사건은, 중학교 입학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언덕 위를 바라보면, 80년대에 망한 방직공장처럼 생긴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이 내가 다니게 될 학교였다. 상심이 컸다. 반지하 형태의 교실, 컨테이너 안에 있는 컴퓨터실, 음산한 그림이 걸려있는 복도. 이런 건물은 공포 영화 세트장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학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니, 세상에.
하지만 놀랍게도 난 학교에 적응했고, 삶은 연속적으로 계속 흘렀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 - 수능, 입대, 전역 - 도 결국 오기 마련이었다. 제논의 역설은 괴변이었고, 잡히지 않는 거북이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도저히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른이 되었다. 지나고 나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듯하다. 그땐 왜 그렇게 멀어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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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위로

글상자/끄적끄적 2017. 3. 14. 17:34
삶을 위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끝을 생각하는 방법과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는 법

나를 힘들게 하는 일에 대해선 끝을 상상하지만
소중한 존재에게는 영원을 이야기한다.
그건 거짓이지만
우린 나약하기에
지상 위에 존재할 리 없는 영원 따위를 들먹이며
끝을 외면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작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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